삼국치킨설전 -설전편 前-

모 님의 권유에 낚여 끄적끄적 적고 있는 글.

삼국치킨설전 -도입편-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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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이 제갈량을 이끌고 응접 장소로 갔더니 거기에는 이미 장소를 필두로 하는 손가치킨의 주요 멤버 20여 명이 나와 있었다.

서로간에 아이디를 대고 통성명을 한 뒤 제갈량이 손님 자리에 앉자 서로 눈치를 보던 손가치킨 멤버들 중 연장자이자 초기투자자로서 그 투자지분으로 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던 장소가 먼저 입을 열어 제갈량을 공박하려 했다.

"듣기로 선생께서는 스스로를 윤종계, 양희권에 비유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요만, 과연 그런 말을 하시었소?"

제갈량이 가볍게 긍정하자 장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그쪽 유사장께서는 세 번이나 융중의 PC방을 순회한 끝에 간신히 선생을 얻고는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격이라며 기뻐하였다는데, 지금 보니 형주 상권은 하루아침에 조조에게 넘어가지 않았겠소? 이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려."

제갈량은 태연히 대꾸했다.

"사실 한수 주변의 상권을 장악하는 거야 쉬운 일이었습니다만, 우리 사장님께서 인의를 지키시느라 종친의 기업을 차마 빼앗지 못하여 사양하신 것일 뿐입니다. 다만 경영권을 물려받은 유종이란 자가 어리고 겁이 많아 주변의 말만 듣고 기업과 상권을 그대로 들어다 바쳤으니 조조가 기고만장한 것이지요. 현재 사장님께서는 새로이 점포를 열어 옛 단골이 다시 몰려들고 있으니 실로 장차 계획하는 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장소가 다시 반문했다.

"허어, 그대는 스스로를 윤종계, 양희권에 비유하였는데 사실 윤종계는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하여 천하 상권의 패권을 가름하는 기틀을 닦았으며, 양희권은 처음으로 프랜차이즈에 양념치킨을 도입하여 수십 개 경쟁 점포를 깨트려 제압했으니 둘 모두 실로 천하를 구할 재주라 할 것이오. 그런데 말입니다."

장소가 좌중을 둘러보며 얇게 웃은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선생은 어떻소이까. 유사장이 그래도 전에는 임대점포 하나는 붙들고 있었는데, 선생을 얻고 나선 그것조차 말아먹지 않았소. 게다가 손절매를 못하고 제때 발 뺄 시기도 놓쳐 최종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하구에 노점상과 다를 바 없는 구멍가게를 열었을 뿐 아니오. 이렇게 선생을 얻은 뒤가 얻기 전보다 못하니 윤, 양이 과연 이러하였겠소? 좀 과하게 까댄 것 같소만 이게 다 팩트에서 비롯된 것이니 너무 탓하지 않으시면 고맙겠소."

제갈량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대붕의 뜻을 참새가 어찌 알리오. 비유컨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먼저 기반을 다지고 자본금을 충실히 하며 사업성을 따진 뒤에야 시행해야 할 것인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확장만 하면 바퀴베네마냥 지점을 늘리는 만큼 다른 지점이 문을 닫아 자전거영업이나 하는 꼴이 될 뿐이오. 우리 사장께서 처음 신야에 점포를 여셨을 때 종자돈은 천만 원에 미치지 못했고 주방인원이라고는 관우, 장비, 조운뿐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조조불닭과 맞붙겠다고 공격적으로 확장만 했던들 성공을 했겠소이까."

제갈량은 부채를 펄럭이며 여유있게 말을 이었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도 제품으로 경쟁하여 하후돈의 박망지점이 과다할인을 거듭한 끝에 자멸하게 만들었고, 소비자운동단체와 연합하여 백하지점을 맡은 조인이 혼이 빠지게 만들었으니 저와 같은 상황에서 이보다 더 잘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장소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것과 동시에 이번에는 제갈량이 좌중을 비잉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우리 사장님께서는 유종이 적대적 M&A에 설설 기어 항복한 것도 몰랐고, 그럼에도 혼란한 틈을 타 기업을 빼앗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도 위기에 빠진 일도 따지고 보면 사실 그동안 정든 거래처 대금 다 챙겨 주고 몰려드는 단골을 버리지 못하여 의리상 무리한 영업을 계속하고, 사장님의 동네상권 그늘 아래 살던 영세상인들이 버리고 가지 말아달라 읍소하니 이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여 손절매의 타이밍을 놓쳤을 뿐입니다. 자신을 믿는 남을 위해 이렇게 위험을 자취하였으니 이야말로 실로 큰 덕이요 참된 의로움입니다."

제갈량의 말이 차츰 매서워졌다.

"중소점포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나는 일은 중원에 다반사로 있는 일이오. 유방 회장은 한때 웰빙을 내세운 항우의 토종백숙 체인에 점포가 자주 밀렸으나 결국 마지막 한 판 해하호텔 메뉴 등록을 위한 수주입찰전에 이겨 천하를 통일했으며, 그 수하에 있던 당대 최고의 요리인 한신도 맡는 점포마다 잘 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착~' 하고 제갈량이 부채를 휘두르며 쐐기를 박았다.

"이렇게 대개 실무란 변화가 무쌍한 법인데, 닭고기 염지 한번 해보지 않은 것들이 팩트를 논하며 키보드질로만 천하제일임을 뽐내는 주제에, 주방에 갖다놓으면 생닭 해체 하나를 못하니 이런 자들이야말로 실로 천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선생께서는 소생이 돌직구를 던졌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태어난 이후 주방 근처에조차 가본 일이 없어 물조차 스스로 냉장고에서 꺼내마실 줄 몰랐던 장소는 이러한 제갈량의 논박에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설전편 後 에서 계속-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진지하게 들으시면 지는겁니다.

by windxellos | 2015/10/02 00:59 | 삼국지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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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삼국치킨설전 -설전편 後-
삼국치킨설전 -설전편 前- 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 편입니다. ------------------------------------------------------- 장소가 물러나자 곧 다른 이가 일어나 제갈량을 공박했다. "지금 조조불닭은 현찰박치기 단위가 100억이요, 점포는 1000이 넘는데다, 지금은 그야말로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호시탐탐 주변 상권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소. 공은 이를 어찌 생각하시오?" 제갈량이 보니 회계 사람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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