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T 잡담. -훔멜 졸업-

훔멜을 졸업했어! 훔멜을 졸업했다! 훔멜을 졸업했다고! 훔멜을! 드디어!

대략 이 정도로 요약되는 감상입니다. 사실 그럴 만한 곡절이 있지요.

이 게임 하시는 분들이라면 종종 겪는 일이라 하고 저도 역시 적지않게 겪었던 일인데, 대략 어느 정도 선을 넘을락말락할 즈음에 갑자기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연패가 반복되는 일이 있습니다.

잘해도 지고 못해도 지고 지고 있으면 그냥 지고 비기고 있어도 지고 이기고 있어도 역전당하는, 당하다 보면 참 어이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이걸 복구하려고 이래저래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제 훔멜이 그런 케이스에 딱 걸리는 경우였습니다.

단순히 최대 승패차로만 이야기하자면 역시 연패 징크스 타이밍에 걸려 승패차 -30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기어올라와 +10정도에 안착한 4호를 꼽아야겠습니다만, 드라마틱함이나 기어올라오는 데 들인 공으로는 역시 훔멜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훔멜이 원래 승률 52% 정도였는데 말이죠, 경험치 엘리트 찍을 즈음에 위에서 말한 '연패 타이밍'에 딱 걸려서 승패차 -15 정도까지 떨어졌었습니다. 그래서 경험치는 다 쌓아놓고도 '원래 5할 넘기던 놈이었으니 5할 승률정도는 복구해놓고 졸업해야지' 하는 생각에 '몇 판만 더' 굴리기로 했었지요. 그러나 '몇 판'은 웬걸, 여기서부터가 참으로 기나긴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일단 어찌어찌해서 +3정도까지 복구를 했는데, 여기서 다시 '연패 타이밍'에 훔멜이 딱 걸려버린 겁니다. 그리고 다시 -15정도까지 추락. 간신히 다시 +3 정도까지 복구하니 또 그 타이밍에 걸려 추락. 이런 식으로 어쩌다 걸리는 '연패 타이밍'에 유독 훔멜만, 그것도 딱 +3 타이밍에 걸려서 +3까지 올랐다가 미친듯한 연패로 -15정도까지 떨어지는 파도타기 상황을 수 차 연달아서 겪게 된 거지요.

물론 그 연패에 걸릴 때마다 겪게 되는 답답하고 어이없는 심정은 참 지금 생각해도 뇌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입니다. 겪어보신 분들은 대략 짐작하시겠지요. 더군다나 자주포는 경전차와 더불어 그 역할에 한계가 있어 다른 전차보다 소위 '팀빨'을 훨씬 많이 탈 수밖에 없다 보니 나름 열심히 해놓고도 지면 참 슬퍼집니다.

8.0 이후의 일이긴 한데, 나중에 결산 보니 대미지를 4500 넘게 먹였는데도 아군 헤비들이 탑티어부터 차곡차곡 한대씩 가다가 차례차례 일점사당하는 바람에 져버린 일도 있지요. 나중에 확인하니 노플미에 패배로 끝났는데도 수입이 40000 이상. 이겼으면 얼마가 벌렸을지. 정말이지 '나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라고 하고 싶은 상황이었죠. 사실 소위 '연패 타이밍'에는 이런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나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처음 파도타기를 시작할 때 채 400이 안되던 훔멜의 시합수는 어느새 800에 육박하며 4호도 KV-1도 제치고 '제일 많이 굴린 전차'에 등극했고, T29도 티거도 제치고 '8티어 이상 격파수 최다', '사냥꾼 대상 전차 최다 격파', '시나이 사자 대상 전차 최다 격파', '입힌 대미지 최대' 등의 타이틀을 줄줄이 거머쥐게 됐습니다. 5티어 아티 주제에 '단독으로' 사냥꾼 휘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면 말 다 했죠. 파딘 에픽에 가미가제 등은 덤.

아무튼 그렇게 하루 1승씩 차곡차곡 쌓아간 결과, 지난 주 초에 드디어 마의 '+3의 벽'을 넘어서며 드디어 이번엔 뭔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4가 될 때의 기분도 상당히 짜릿했지요. 그 이후 쉽게는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또다시 소소한 규모의 연패와 회복(3연패 후 4연승 등)이 반복되었지만 굴리는 날마다 어찌어찌 하루 최소 1승씩은 쌓아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어제, 드디어 2연승을 하면서 5할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계속 징크스 때문에라도 훔멜을 홀로 굴렸지만, 그날은 마침 간만에 정수군님의 플래툰 제의가 들어왔고, 그 때 왠지 이상한 감 같은 것에 사로잡혀서 '딱 두 판만 굴리겠다' 라고 양해를 구하고 훔멜을 꺼내들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2연승.

거기다 마지막 2승째는 정말 5할 승률을 건 최종보스전에 걸맞았다 싶었던 것이, 훔멜로 잘 안걸리는 9탑방이었는데다 미국섭에서 적으로 만나면 위험하다는 한국 클랜원, 그 중에서도 두 명 이상 있으면 확실히 긴장타야 한다는 'ROKA'클랜원 분들이 8티어 3대(로렌 2대, 13-90 1대) 3인 플래툰으로 나타났었죠. 거기다 탑티어 분도 역시 적으로 만나면 위험하다는 '2NE1'클랜 분의 M103.

아군은 클랜 플래툰은 고사하고 그냥 플래툰조차 저랑 정수군님의 아티 둘밖에 없는 상황. 이거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걱정했던 ROKA분들의 로렌 두 대가 초반에 너무 빨리 나왔다가 고립돼서 장애물 뒤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 일찌감치 격파당했고, 이걸 기점으로 게임이 순조롭게 풀려서 훔멜도 대략 네자리수 대미지를 먹이며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역할을 다하면서 5할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천시를 탄 상태에서 인화의 힘을 더해준 플래툰 파워.

엄밀히 말하면 49.56 정도로 반올림 표시 50%이긴 한데, 진 5할까지 가기엔(약 5연승 정도가 더 필요) 뭐랄까 주위에서도 말리고 저도 좀 지친 감이 있어서 이쯤에서 접기로 했습니다. 승무원을 막사로 보내고 훔멜 매각 버튼을 누르니 나름의 감회가 여러 모로 새롭더군요. 그 동안 파도타기가 반복될 때마다 그쯤 하고 그냥 게판으로 넘어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몇 번 들었지만, 근성으로 어찌어찌 돌파하고 나서 돌아보니 그 기분이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반값 때 사서 오래 동안 묵혀만 뒀던 게판에 승무원을 옮겨태우고 나니 역시 감개무량. 언젠가 이날이 올 것에 대비해서 이큅 반값 시절에 래머와 건레잉 전부 사서 달아놨는데, 저도 옮겨 태울 때까지 달았는지조차 기억을 못 했고, 새삼 보고도 언제 달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걸 보니 훔멜을 참 오래 몰긴 했다 싶습니다.

별볼일 없는 개인 감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다 적고 나니 나름의 감개가 무량하군요.

내일부터는 저도 게판을 몰 겁니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이글루스 가든 - W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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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xellos | 2012/10/14 16:32 | 게임잡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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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수君 at 2012/10/14 17:37
젤님의 훔멜 졸업을 위한 연대기를 초반부터 봐 왔던지라 저도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ㅅ;

내일부터는 게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ㅂ;/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2/10/18 02:32
저도 참 한 짐 탁 털어버린 느낌이었죠. 이젠 게판으로 달리는 겁니다.
Commented by 게드 at 2012/10/14 17:44
이제 훔멜을 시작해야하는데 막막하군요 ... 물론 전 S-51을 몰고 있습니다 ... (ㅌㅌㅌ)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2/10/18 02:32
사실 훔멜이 나쁜 포는 아닙니다. 기동성 좋고 사거리 좋고 위력도 빠지지 않고요. 다만 제 경우 이래저래 승운이 잘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네요.
Commented by 게드 at 2012/10/18 10:07
M12도 같이 타는데.. 화력 부족의 여실함을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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