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란과 발해

잡담 오늘 본 뉴스 몇 가지.
슈타인호프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호프님 글 6번의 칭기즈칸, 발해공주를 사랑했다? 라는 기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두서없이 슥슥.

칭기즈칸이 총애한 여인들 중 하나로 쿠란(쿨란)이라는 인물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칭기즈칸의 총애를 꽤나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쿨란이라는 인물이 존재했느냐 아니냐 하는 점과 그녀가 실제로 발해 공주였느냐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쿨란은 당시 몽골 지역의 여러 부족들 중 하나인 메르키트 족
출신으로, 칭기즈칸의 몽골통일 과정에서 오르도에 들어오게 된 인물입니다. 발해와는 상관없지요.

물론 기사에서 말하는 바와 유사하게 '솔롱고스(무지개)'라는 단어가 한국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인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솔롱고스와 한국이 등치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압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솔롱고스'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만 가지고 견강부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군요.

그리고 설령 정말로 발해에서 건너간 유민 일부가 몽골 지역의 메르키트족에 유입되었다 할지라도,
발해의 멸망(926)에서 칭기즈칸의 몽골 통일(1206)까지는 무려 250년 이상의 시대 차이가 있습니다.
(발해의 총 존속기간이 220여년 정도였다는 점을 함께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 메르키트족이라는 집단에 소속된 쿨란 양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해인'
으로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부정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쿨란을 가리켜 '발해 공주' 로 운운하는 것은 영 핀트가 어긋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설령 메르키트족에 발해 유민의 피가 일부 유입되었다 할지라도, 칭기즈칸 시대의
메르키트족은 이미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해에서 찾고 있지는 않았을 터이니까요.

메르키트족의 족장이 발해 후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쿨란을 발해 공주라고 부른다는 건, 아무래도
아골타가 신라인 함보의 후손이니까 금나라도 우리 나라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제가 바로 저 기사와 거의 똑같은 말을 몇 년 전에 구경하러 갔던 모 학회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러이러한 전설이 있다' 라는 식으로 저 기사와 대동소이한 이야기를
소개한 논문이었는데, 꽤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거기서는 '고(구)려 공주 쿨란'
으로 소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발표를 들은 지도 이러저러 이미 5년 내외가 지났는데 거의 같은
말이 올해의 기사로 뜬 것을 보니 은근히 기분이 묘해지는군요.(후룩)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그런데 사실 기사를 보면 쿨란이 발해말갈의 후손일 수 있다고는 하고 있지만 왕족이거나
공주라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는데, 정작 제목에서 느닷없이 '발해 공주' 드립을 친 것이니, 이건
사실 헤드라인 뽑은 인간을 쳐야 하는 문제일지도.

P.S 2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아가씨, 코에이사 칭기즈칸에도 시리즈마다 나옵니다.
원조비사에서는 보르테 다음으로 능력이 높은데다가, 4편에서는 칭기즈칸으로 플레이할 경우 전용
등장 이벤트도 존재하고 있지요.

P.S 3 추가 : 모 님의 비밀리플로 떠올린 사실. 애당초 발해 멸망 이후 발해족이라 지칭된 집단은
애당초 따로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대흥안령 근방은 그리 쉽게 오락가락할 만한 지역이 아니고요.

by windxellos | 2010/10/14 02:02 | 역사/군사잡담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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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절대평범지극정상인의 얼음집 at 2010/10/14 12:59

제목 : 쿨란과 발해. 잡설 추가. -헤드라인이 참으로 설레발-
쿨란과 발해 문득 생각나서 추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소위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발해를 국사에 편입시키는 근거 중 하나는 '피지배층이 말갈인이지만 지배층은 고구려인이니까' 라는 거였죠. 그런데 상기 논문에서는 다일 우슨이 발해를 이은 일족의 후손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쿨란은 결국 발해말갈의 후손이라 하였다 하니, 저 논문에서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국 기사에서 은근히 드러내고 싶어하는 '우리 민족......more

Commented by 시무언 at 2010/10/14 05:19
4편에선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하도 딸려오게 만들었지요.

뭐 결국 땅을 물려받은건 다 보르테의 자식들이었지만(...)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1
4에서의 나야아는 그럭저럭 쓸만한 편이었죠.
Commented by AirCon at 2010/10/14 10:31
이러다간 프레스터 존 실존설이 설득력을 가지게 될 지도 -_-;;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1
그리고 조앙을 파견하는 겁니다.(응?)
Commented by 맹꽁이서당 at 2010/10/14 11:05
몽고쪽 왕비 중에서 쿨란이 가장 예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2
역대 칭기즈칸 시리즈에서 꽤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요.
Commented by 슈나이더 at 2010/10/14 13:03
금나라는 시조뿐만 아니라 세운 민족 자체가 우리민족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역사죠.
여진족이 말이 여진족이지 다 고구려, 발해 사람들입니다.
Commented by tuton5 at 2010/10/14 17:32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2
아, 예.(후룩)
Commented at 2010/10/14 13: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3
음, 그거 까딱하면 제 글이 쓰레기가 될지도 모르는 말씀이로군요.(웃음)
Commented by 태풍9호 at 2010/10/14 14:58
발해공주가 250년을 살면서 젊음을 유지했을 수도 있지 않겠...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0:13
발해의 경이로군요.(응?)
Commented at 2010/10/15 21: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10/15 22:17
위소왕 즈음까지면 뭐... 와하하하하.(OTL)

하지만 그 경우 다른 경로로 저 설이 부정되기는 하겠군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진짜는 따로 있다!' 라고 해야 할까요.

여하간 번연히 본 책의 내용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는 모양입니다.(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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