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관련 잡담.

좀더 할말이 있었던 것 같지만 집에 오니 다 까먹어서 그냥 떠오르는 것만 끄적끄적.

1. 서울시장 선거
서울시장 선거를 석패하고 아쉬워하는 기분은 알겠는데, 패배를 굳이 노회찬 탓으로 돌릴 것은 없다고 본다. 한명숙을 패배시킨 그 '간발의 차이'를 만든 것은 노회찬의 단일화 거부가 아니라 준비도 기본도 없이 토론을 나왔다 깔끔하게 발린 일이었다고 보는 터라.

사실 그렇지 않은가. 그 정도 표 차이라면, 토론만 제대로 해 줬어도 얻어낼 수 있었을 터이다. 본인 포함해서, 그 토론 보고 저 사람은 아무래도 도저히 못 찍겠다 생각하고 마음 돌린 사람, 그리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토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선거전략 자체가 너무 성의도 준비도 모자랐다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부족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표차였다면, 조금만 더 성의있게 선거를 준비했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을 거다.

요는, 한명숙이 패배한 것은 다른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 정도 표 차, 그것도 스스로 얻어내지 못한 성의와 준비 부족이 문제지.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결과가 그나마 제일 잘 된 거라고 본다. 못 믿을 여론조사 결과마냥 처절하게 밀렸다면 재기불능이 됐겠지만, 이겼다면? 글쎄, 과연 제대로 감당을 해냈을까. 적어도 토론에서의 준비상황과 공약 내건 것들을 보건대, 아무리 봐도 시정을 제대로 맡을 준비는 모자라 보였다.

야당에서 늘 까댔(...)듯이, 돈 땡겨쓰기와 이런저런 행사로 서울시의 재정이라든가 뭐라든가가 난맥이라면 그걸 정리하는 것도 한 일거리 할테고, 준비와 실행력이 부족하면 자칫 이전의 삽질까지 옴팡 뒤집어쓸 위험도 있다. 그런데 유세기간 동안 보여준 그 정도의 준비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한명숙과 민주당으로서는 박빙으로 진 것이 차라리 최선의 결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준비 부족을 드러낼 일도 없고, 박빙으로 끌고간 덕택에 면피도 했지 않은가.

2. 경기도지사 선거
여기서는 뭐랄까, '일부'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영 씁쓸했다.

단일화를 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반 MB이기만 하면 다냐?' 라는 구호와 함께 '특정인을 떨어뜨리는 것만을 지상목표로 하는 선거는 좋지 않다' 고 말하면서 소위 '반대가 아니라 지지를 위한 소신투표'를 요구하셨던 분들이, 유시민으로 단일화가 되니까 대뜸 '유시민을 떨구기 위해 김문수를 찍겠습니다' 라고 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달까.

요약하면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는 나쁜 겁니다. 근데 난 유시민을 떨어뜨리기 위해 김문수를 찍습니다.'(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이중잣대 한번 대단하십니다.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그저 여기저기서 난타당하면서도 어렵게 어렵게 유시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한 심상정만 안타깝게 됐다. 개표결과 보니 아무래도 그 부탁은 완전히 씹혀버린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에서 욕이란 욕은 또 다 먹고 있으니.

3. 진보신당의 패배
비례대표와 관련된 각 지역에서의 정당 지지율 순위를 보니 소위 '조직'을 갖춘 민노당은 고사하고 '원맨 포스 급조 정당'에 가까운 국참당에도 밀리는 듯. 국참당이 급조정당 치고는 나름 선전한 거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참 뭐라 해야 할지.

수도권 진출까지 성공하면서 나름 고무적인 결과를 낸 민노당과 비교하면 더더욱 보기 딱하달까.

과정으로 보나 결과로 보나, 결국 이번 선거 최대의 패자는 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이 사이좋게 꼽힐 것 같다.

4. 서울과 경기와 지방
'서울과 경기를 장악한 자가 결국 전국을 재패한다' 라는 이론에 따라 자치단체장 선거는 사실 서울과 경기를 전부 이긴 한나라당의 선방으로 보기도 하는 듯하다. 그런데, 같은 공식을 적용하면 교육감 선거는...(...)

이쪽은 전국으로 계산할 경우 교육감 당선자 중 친 한나라당 계열 당선자 수가 더 많지만 문제의 서울 경기가 전부...(....)

기초자치단체장 당선비율도 그렇고, 교육감도 그렇고, 서울시장님도 경기도지사님도 왠지 이번 임기가 그리 평탄하지는 못하실 듯.(...)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아, 미리 말해두는데, 난 비례대표 진보신당 한번 더 밀어줬다. 광역, 기초 전부. 요즘은 진보신당에
조금만 싫은 말 해도 거품을 물고 핏대를 올리면서 노빠노빠 딱지, 혹은 국개국개 딱지를 붙여버리는 분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울리는 듯한 감이 드는 터라, 좀 계면쩍어도 이렇게 밝혀둬야 뒤탈이 적을 것 같더라.

by windxellos | 2010/06/03 22:47 | 기타잡담 및 잡상, 독백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windxellos.egloos.com/tb/528443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hislove at 2010/06/03 23:03
사실 한명숙은 등떠밀려 나온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토론 발린 건 본인 잘못도 있지만 그보다는 참모진이 쳐맞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유시민은 한 일에 비해 안티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 진짜 민주당 무능하죠. ㅠㅠ 이럴 때 이해찬을 모셔다 선거참모를 맡겼으면 서울도 불가능하진 않았을 텐데 ...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06/06 17:48
그 정도 준비로 잘도 그 정도 득표를 했구나 싶더군요.
Commented by ALICE at 2010/06/03 23:42
노회찬을 찍을 사람들은 노회찬이 안 나왔으면 한명숙을 찍었을 것이다..라는 신앙심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더라구요. 그건 믿음이라는 말보단 신앙이 더 어울릴 정도...
남친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하고, 가져온 공보를 봤는데 솔직히 반 MB라는 거 외엔 달리 메리트가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한명숙 후보의 공보물은 말이지요...

경기도민으로써 이야기 하자면 유시민후보에 대해서 기존 유시민을 싫어하는 사람들 외에도, "서울에서 힘들 거 같으니 경기도로 나왔는가"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은 거 같았고요, 김문수 도지사가 딱히 못한 것도 없었다는 점이 난제였지요. 그리고 유시민후보의 공보물은 공약은 없고 사대강 반대, 반 MB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은 뭔가 추상적이지요.

뭐, 저도 유시민 찍었습니다만...
Commented by hislove at 2010/06/04 15:34
사실 유시민이(혹은 국참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김진표가(혹은 민주당이) 훨씬 더 무능했기 때문에 경선에서 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아 이해찬 ㅠㅠ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선거참모는 이해찬이었습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06/06 17:50
구체적인 공약이 부족했던 것은 야권진영 대부분에 해당되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여당이 나았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Commented by -_- at 2010/06/04 00:25
근대 야당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민노당, 국참당이 보인 배타적 태도는 비난받아야 할듯해요. 어자피 진보신당표는 애저녁에 포기해놓고 이제 보따리 내놔라라니!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나 최소한 광역자치단체 장 하나정도는 진보신당에게 내놓았어야 협상이 되었죠.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무게를 생각해보면요.
Commented by hislove at 2010/06/04 15:32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거부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만,
진보신당이 다른 3당더러 배타적이라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격이지요.
사실 배타적인 것은 다른 3당이 아니라 진보신당이니 말입니다.

인천 구청장 두 곳을 배출한 민노당처럼, 진보신당도 단일화에 동참했다면 그 정도의 지분은 얻었을 것입니다.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무게를 논하기에 진보신당의 세가 지나치게 작다는 것도 문제죠.
(유시민은 김진표와 경선을 붙어서 단일화 후보로 선출됐으니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심상정 정도면 그 경선을 같이 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만.)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06/06 17:51
드릴 말씀은 적지 않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진보신당은 가진 역량에 비해 과도한 요구를
내걸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자임하는 무게와 주변에서 보는 무게가
다른 데서 오는 괴리인지도 모를 일이죠.
Commented by Niveus at 2010/06/04 11:04
민주당도 못하긴 지지리못했지만 진보신당도 협상못하긴 매한가지였으니 쌤쌤입니다.
어짜피 정치라는게 어찌되건(말그대로 과반에 2/3선넘기지 않는한) 협상이 기본으로 가야하는데 이건 뭐 서로간에 협상하는게 협상하는게 아니에요 -_-;;;
한명숙이나 유시민이나 어찌보면 떨어졌기에 차기대선준비에 들어갈 명분이라도 얻은거 아닌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당선된다음에 대선에 나오겠다! 하면서 그만두면 그것도 병Q짓이기에 -_-;;;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10/06/06 17:52
다른 건 몰라도 서울시장 선거는 그 정도면 나름 최선의
결과가 아니었나 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중입니다.(므음)

:         :

: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