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판 물의 심판. -간통죄-

수메르의 이혼 - 물의 심판
슈타인호프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구약시대의 고대 이스라엘이 일신교 신앙으로 인하여 당시의 중근동에서 꽤나 튀는
존재였다지만,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중근동 문화권이다 보니 비슷한 관습이 많았지요.

다만 문구를 읽어보면 당시의 일반적 관습에 비해서-특히 여성이나 약자에 대해서-비교적
'온건한' 성향을 띠고 있는 경향이 종종 보입니다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비교적' 온건하다는
것이라서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역시나 좀 무시무시한 것들이 많죠.

마침 슈타인호프님께서 '간통 혐의 여성에 대한 수메르판 물의 심판'에 대해서 포스팅하신 걸
본 김에 같은 사안에 대한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꽤나 비슷하면서도 그나마 비교적 온건한' 예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어디까지나 '비교적'입니다.)

간통 혐의 여성에 대한 재판 방법은 민수기 5장 12절-31절에 적혀있습니다.

일단, 남편이 아내가 간통을 했다는 의심만으로 재판에 걸 수 있다는 점은 수메르와 동일합니다.(...)
다만, 그 뒤의 재판 방법이 다르죠. 수메르는 통째로 물에 처박(...)지만, 이스라엘 쪽은 물을 마십니다.

재판의 절차는 이렇습니다.

1. 남편은 아내를 데리고 제사장에게 가서 예물로 보리 가루 1/10에바(약 2.2리터)를 드립니다.

2. 제사장은 토기에 거룩한 물을 담고 성막 바닥의 티끌을 취해서 물에 넣습니다.

3. 여성은 머리를 풀고 1의 예물을 들고 제사장 앞에 섭니다.

4. 제사장은 2의 물을 들고 여인에게 죄가 있으면 이 물이 독이 될 거라는 저주의 맹세를 하게 합니다.

5. (간통이 사실일 경우 일어날)저주사항이 적혀 있는 두루마리를 2의 물에 빨아 넣습니다.

6. 여성은 그 물을 마십니다.

7. 두루마리에 적힌 저주가 일어나면 죄가 있는 것이고 무사히 잉태하면 죄가 없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 물이 성경에는 '쓴 물' 이라고 돼있는데, 티끌이나 두루마리를 집어넣었으니
그리 좋은 물은 아니었겠죠. 성경에서도 뱃속에 들어가면 배가 아플 거라고 적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보자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수메르식보다는 배 한번 아프고 끝나는 이스라엘식이
그나마 비교적 온건하지 않은가 싶기는 합니다만, 이 이스라엘식 재판에는 한 가지, 수메르식보다
한층 더 뜨악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후처리 부분이지요.

슈타인호프님 글에 적혀있다시피 수메르에서는 아내가 무죄로 밝혀지면
남편은 모욕형을 당합니다. 그런데 민수기 5장 31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요.

-남편은 무죄할 것이요, 여인은 죄가 있으면 당하리라.

...처음 읽었을 때 '대략 정신이 멍해졌던' 구절입니다.(...)

저주를 당하면 무고가 아니니 무죄라 친다 하지만, 무고로 밝혀져도 무죄라는 거죠.
물에 처박지 않고 그냥 마시는 걸로 끝나니까 그정도는 감수하라는 이야기인 걸까요.(후룩)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09/06/03 14:06 | 역사/군사잡담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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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rkyzedek at 2009/06/03 14:44
민수기는 아무래도 좀 헷가닥 한 사람이 쓴 게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6/04 15:35
저래뵈도 당시 중근동 여타 지역에 비하면 온건한 편인 듯 하더군요.
Commented by 블루 at 2009/06/03 14:50
그래도 중세 마녀재판보단 무난하군요.
마녀라 의심되면 발목에 쇠뭉치를 매달고 보자기에 씌워 물속에 빠뜨립니다.
그 막장 상황에서 살아나면 당연히 마녀니 화영을 시키는 것이고,
당연히 죽게되면 영광스럽게도 마녀라는 누명을 벗게된답니다. -_-+++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6/04 15:35
뭐 옛 서양 마녀재판의 부조리함이야 유명하니까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03 17:40
남편이 아내를 질투하는 건 "질투의 영"이 그에게 임했기 때문이기에, 이 영을 해결하면 남자는 죄가 없다는 논리죠-_-;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남편"이 "자기 아내"를 의심한 경우에만 해당.

뭐,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이었고, 저런 신단의 법은 사실 재판이라기보다는 종교적 검사의식에 가깝습니다; 요새 식으로 따지면 병원 가서 검사해주세요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다는 거죠. 자기 소유물을 폐기하는 건 주인 맘이고 말입니다 -_-;;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6/04 15:36
당시 여성은 일종의 '소유물' 혹은 '재산' 개념으로 인식되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많이 들죠.
Commented by 애플 at 2009/06/03 19:17
돈내는게 남자니까...예물로 보리를 바친다니까...
수익창출을 위해서 그리한듯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6/04 15:37
아니, 훨씬 많이 예물이 들어오는 다른 것도 많으니까 저게 주 수입원은 아닐 겁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6/03 20:06
근데 저 두루마리에 독 발라놓으면 어찌되는 거임?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6/04 15:37
...배가 '조금 더' 아프지 않을까요.(퍽퍽퍽)
Commented by 어느날문득 at 2009/06/03 21:32
/Merkyzedek

ㅋㅋㅋㅋㅋㅋㅋ 무슨 기원 전 천 몇 백년 전 사람들에게 21세기판 인권보호 수준을 강요하시는 건가요?

과거의 역사적 기록들은 그당시 사람들의 인식과 상식에서 판단해야지요..

이슬람교 율법이 일부4처까지 허용하는 것도 마호멧 당시에는 전쟁과부가 많아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죠.(현재는 여러모로 변질된 나라가 많긴 하지만..)

물론 지금 잣대로 보면 황당한 내용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상식적인 것이지요.

수천년 전 사람들에게 현재 유럽 선진국 수준의 인권을 바라면 안되겠지요.

뭐 현재 한국 간통죄 관련 법률 보고는 수백년(수십년이 될지도..) 후에 2000년대 한국 사람들 다들 집단적으로 싸이코 아니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나오겠죠.

약 삼천오백년 전 유대민족의 간통관련 여성 인권 처우와 현재 우리나라 실정법 사이에 그정도 시대의 간극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Commented by 어느날문득 at 2009/06/04 15:04
그러고 보니 Merkyzedek이라는 단어도 그 헷가닥 한 사람이란 분이 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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