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단상.

이야기가 너무 평면적이라든가, 인어공주가 소재인 주제에 해피엔딩이 웬말이냐라든가
하는 등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니 뭐니를 전부 차치하고서라도
그저 그 움직이는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눈으로 보기에 번잡스레 화려하다든가 눈이 빙빙 도는 속도나 엄청난 규모로 압도한다든가
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풍부한 데 더하여 상당히 미려하다는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야말로 '움직이지 아니하는 것이 없는 화면' 을 보여주고 있달지.

개인적으로는 소위 '빤닥빤닥 번드레'하게 나타나 보이지 않을 뿐 실상 충분히 '화려하다' 라고
형용할 수 있을 만한 멋진 작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푸근한 색감 덕택에 얼핏 보아서는 그저 수수해
보이지만 화면 전체에 가득했던 그 움직임의 양은 뭐랄까, 참 대단하다는 감탄이 들게 만들었죠.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의 원의를 생각해 보자면 근래에
정말 애니메이션다운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군요.

덧붙이자면 음악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이었다면 영화 끝난 뒤 스탭롤을 보여주면서 마을에서부터 바다 속까지를 롱테이크로
주욱 잡아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게 또 상당히 유려하게 이루어져 볼만했습니다만, 앞 사람들이
우루루 일어나면서 시야를 가려버려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점이죠. 꽤나 귀여운 스탭롤이었는데
왜 다들 일어나 버리는지. 여하간 여러 모로 아쉬웠습니다.(후룩)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스포일러 있는 잡담 몇 가지

1. 중간에 후지모토가 자기 배 위에서 그란만마레와 만났을 때 '포뇨가~' 라고 하더군요. 전개의 수순으로
보아 그 즈음에서의 후지모토라면 '포뇨' 가 아니라 '브륀힐데' 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그걸 또 찰떡같이 알아듣는 그란만마레도 참...

2. 후지모토는 '선캄브리아기 운운' 하고 있고 그란만마레는 '데본기 바다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는데,
원래 인간이었던 후지모토는 그렇다 치고, 설정상 원래 바다 쪽 인물인 그란만마레가 데본기니 뭐니 하는
인간식 시대 구분을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후지모토가 가르친 걸까요.

3. 마을 사람들은 참 태평하다고 해야 할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해일이 밀려온 상황에서 꼴랑 다섯살짜리 애 둘이
기껏해야 꼬마 둘이 간신히 앉아 있을 만한 크기의 장난감 배를 타고 가는데 태평스레 응원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위험하니 이쪽으로' 라는 반응이 정상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하긴, 이런 점도 어떤 면에서는 지브리 애니답기는
합니다만서도.

4. 나중에 포뇨의 초능력이 풀리면서 배가 원래의 크기로 줄어드는데, 안에 있던 모자까지
같이 작게 줄어버립니다. 선체 안에 있던 것은 전부 같이 줄어버린다는 설정이었던 걸까요.

5. '인면어가 나타나면 해일이 온다' 라는 전승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소스케-포뇨의 건도 전례가 없지는
않았던 걸까요. 그나저나 이 전개대로라면 결국 마을이 다 잠기는 대 피해의 원인 제공자가 바로 소스케와 포뇨인
셈인데, 이거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 뒤'가 안 나오니 나중에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6. 이 만화의 최강 캐릭터는 역시 터프하신 어머님. 운전실력 최고. 모르스 부호 '바보' 연타도 볼만했죠.(웃음)

7. 심지 굳은 어머니와 맹한 '소스케'. 이제 남은 것은 둘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운 땅에 비행기가 떨어지고
소련 출신 모 씨가 소년만 간신히 구해냈는데 그 소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수드의 양자로 키워져...(그만해)

by windxellos | 2009/01/08 00:52 | 코믹/애니잡담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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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aCor at 2009/01/08 02:20
늦기 전에 극장에서 봐야겠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09 00:26
음. 극장에서 보면 일단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네.
Commented by Luyoha at 2009/01/08 02:40
저는 그 스탭롤 보자고 앉아있으려니 청소 아주머님께서 내쫓으셨구요 orz
앤티크 두 번 볼 때도 두 번 다 직원이 내쫓더만 이젠 청소하시는 아주머님께서 ...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09 00:27
저도 보기 싫다는 사람들도 억지로 보라고까지는 안 하겠지만,
일단 보려는 사람 쫓지는 않아 주었으면 하는데 말입니다.(먼산)
Commented by 산왕 at 2009/01/08 03:06
스탭롤이 짧으면서 볼거리가 있어서 한국인에게 딱맞는 스탭롤이라고 생각했건만^^; 이정도도 못참는다면 orz.....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09 00:29
같이 나오는 영상이 꽤 볼만했는데 말입니다. 제대로 못 봐서 아쉽더군요.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9/01/08 12:52
엉엉.. 극장 가고 싶은데 ;ㅁ;
혼자가서 청승떨지 말라는 소리를들어서...
그냥 DVD나오면 사서 볼래요 OTL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09 00:30
아니, 혼자 극장 가는게 어디가 어떻다는 겁니까. -0-;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9/01/09 14:37
악의 커플들한테 저런 소리 들은 ;ㅁ;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10 23:57
커플이 악은 아니죠.(...)
Commented by 태공망 at 2009/01/11 11:30
바다에서 낚은 물고기에게 민물은 독이다!!!(도주)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1/12 00:41
그걸 정화하는 것이 바로 마법의 힘인 겁니다.(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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