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최진실씨의 자살 건에 부쳐-

우연히 아침에 동아리 게시판을 봤더니 후배 한 명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말미에 지나가듯이 '최진실이 자살했다더라' 라고 짤막하게 적어 두었다.

아무리 봐도 질 나쁜 농담으로밖에 안 보였는데, 검색해 보니 진짜더라.
질 나쁜 농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은 맥락없이 툭 튀어나온, 정말로
뜬금없는 소식이었기도 하거니와,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절대 자살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인물이기도 했던 탓일 것이다.

자랑은 못 되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TV를 잘 안 보다 보니 애당초 연예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많이 무지한 터인데, 그런 나조차도 최진실 이름 석 자는 한때 대한민국의
대표 여배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 중 하나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한창 때 어느 정도만큼 '국민 탤런트' 였느냐 하면, 또 한 명의 국민 배우를
소재로 했던 '최불암 시리즈'에서도 주요 조역으로 김혜자만큼이나 자주 나올 정도였다.

비유가 좀 이상한지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위로는 나이먹은 분들로부터 아래로는
복사밀기로 대충 만들어진 조잡한 코미디책을 뒤적거리던 초등학생 꼬맹이들한테까지도
그 이름 석 자를 대면 대뜸 알 정도로 잘 알려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실상 일면식도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친숙한 사람이
죽은 듯이 미묘한 감정이 설핏 든다. 듣기로는 연예인 중 저축왕 자리를 놓치지 않은 사람이었고
'또순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강단있고 심지 굳은 사람이었다고 하는데다 실제로 매니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나 이혼 등을 겪는 와중에 온갖 음험한 독설과 비방에 시달리면서도 당당하게
버티어나간 적이 있으니 자살이라는 말이 더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야밤에 교통사고를 당해도
제 발로 발딱 일어나 척척척 걸어나올 것 같던 사람이 그렇다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강인한 사람마저 자살을 택하게 할 정도였다면 대체 삶의 무거움이 어떻게 어느
만큼이나 그리도 강하게 영혼을 짓눌렀기에 그 심지 굳은 이가 그러한 길을 택한 것일까 싶어져서
그 압박의 무게와 두께를 얼핏 추량해 보기만도 새삼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실로 안타까우나 안타깝다 한들 가버린 이는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부디 남겨진 이들이 더 이상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잘 회복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08/10/03 00:46 | 기타잡담 및 잡상, 독백 | 트랙백(1)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windxellos.egloos.com/tb/464849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The Shargas at 2008/10/04 02:36

제목 : 고인을 기리며 자살에 관해서 생각하다
▶White Chrysanthemum : the Truth◀ 최진실 씨가 자살로 끝을 맺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거짓말인 줄로만 여겼더니 계속해서 뉴스가 뜨는 것을 보고야 사실인 줄 알았지요. 허전한 가슴에 차가운 바람이 맴돌고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에디 게레로가 호텔에서 숨이 끊어진 채로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농담이라 여겼고, 크리스 벤와가 자택에서 자녀들을 살해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처음 ......more

Commented by Ryun at 2008/10/03 02:44
저 역시 언예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이름만 들어본 누군가가 죽었다...고 처음 들었을땐 생각했는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차차 이번 일의 무게가 실리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무슨 의미로 생각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흘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4
'그 이름'이 갖는 무게는 세대와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세대에서야
대부분 충격이 크겠습니다만, 필시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지 못할 세대나 환경의 분들에게
같은 느낌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개인적인 소회입니다.(웃음)
Commented by 몽유 at 2008/10/03 03:16
저에게는 어렸을 적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연예인인데다가 직접 싸인까지 받아서 정말 인연(?)이 많은 연예인이었는데...
고인의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죽을 각오로 살면 뭐가 무서웠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 남겨진 사람들만 비참해질 뿐일텐데...
어쨋든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4
자네도 나름대로 연이 있었던 게로군. 남은 사람들이 더 큰 일 안 겪었으면 할 따름이다.
Commented by 자이드 at 2008/10/03 03:17
고인의 명복을 빌 수 밖에 없겠죠..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5
고인도 고인이지만, 남은 이들도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狂猫 at 2008/10/03 05:08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상황에서도 언론이란 것들은 참 어이없는 짓들을 도맡아서 하고 계시더군요 ㄱ-;;;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5
저래서는 역시 그냥 개인적 소회만 가지고 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アムロ at 2008/10/03 07:25
정말 뭐랄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죠. 쩝;;;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5
확실히 여러 모로 의외였지요.
Commented by 열혈 at 2008/10/03 17:38
눈쌀이 찌푸려지는 짠순이(대표적인 예가 결혼식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공언한 거보다 절반밖에 안내고 그 나마 상품권으로 낸 일이 있었죠.) 짓과 버릇없는 행동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연애인이었지만... 이런 일로 자살하리라곤 생각되지 않는 인물이었기에 좀 충격적이더군요.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6
다른 것은 몰라도 '자살' 이라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Commented by 알면다쳐 at 2008/10/03 22:03
저도 소식 들었을땐 적잖게 놀랐었읍죠 제 부모님은 일전에 안재환이 죽은거랑 연관지어서 생각하시던데 그건 어떨까 모르겠군요

덧.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4 00:57
말이야 무성합니다만, 저희로서야 아직 실상은 모를 일이겠지요.
Commented by 녹현 at 2008/10/04 02:36
야밤에 교통사고를 당해도 제 발로 발딱 일어나 척척척 걸어나올 것 같던 사람이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언제나 굳건할 것 같았던 그녀라서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10/05 00:55
많은 분들이 예견치 못하셨던 일이라 사람들이 받은 충격도 그만큼 큰 것 같습니다.

:         :

: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