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이는 편이 재미있을까.

지인과 '팬픽'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대다가 생각난 것이 있어서 끄적끄적.

개인적으로 써 보면 재미있겠다 싶은 팬픽 중에 은하영웅전설이 있죠. 명탐정 양 웬리
전설도 재미있겠지만 스케일 크기로는 역시 버밀리온에서 라인하르트를 처단해 버리는
가상 시나리오가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뭐 그 뒤로 이어나갈 이야기가 너무 장대한 탓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게으름과 능력
부족으로 그런 화제 나올 때마다 말만 반짝 하고 결국엔 쓰지 않은 채 십여 년째 두뇌
기억회로 안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발상입니다만, 정말 쓰려고 마음먹을 때도
한 가지,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선택이 꼭 주저주저하게 해서 발목을 잡더군요.

다른 게 아니라, '라인하르트를 과연 언제 죽여버리느냐' 라는 점입니다.

아예 원작과 전투전개를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면 라인하르트를 박살내는 쪽으로 몰아갈
가장 좋은 기회는 두 번입니다. 첫 번째는 류카스 기지가 철저 항전으로 나가는 전개이고,
두 번째는 하이네센의 전문이 무시당하는 전개죠.(후자에서 반드시 양 웬리가 직접 전문을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결과적으로' 무시당하게 되기만 하면 족한 거니까요.)

다른 분들의 발상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망상에서는 이 타이밍 차이로 뒤가 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참 미묘하게 되더군요. 일단 전자라면 모톤이 죽지 않겠고 뮐러도 살아
돌아갈 확률이 높겠죠. 트류니히트와 지구교의 커넥션은 드러나지 않은 채 그대로 종전.
뷔코크나 아이란즈 등이 연금당할 일도 없을 겁니다. 양 함대의 피해도 좀더 적겠죠.

후자의 경우라면 모톤이 죽고 뮐러도 죽거나 혹은 좀더 죽을 고생을 하게 될 겁니다. 제국군은
2만 척 이상의 피해를 입겠지만 양 함대의 피해도 엄청난 수준이 될 거고, 뭣보다 제국군은 벌써
철수했는데 정작 하이네센에서는 트류니히트에 의해 막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트류니히트의 수하가 뷔코크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양에게 '꿇어!' 라고 한다든가 말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버밀리온에서 이겼어도 양의 앞길은 꽤나 험난했을 터이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을 듯하기는 한데... 여하간, 은영전을 보신 여러분들이라면 과연 어느 시점에서
라인하르트를 저승으로 보내는 것이 이후의 전개가 더 재미있을 것 같으십니까.(...)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08/01/25 18:32 | 도서잡담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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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무희 at 2008/01/25 19:08
안젤리네가 궁으로 끌려가기 직전의 유년기에 황제열로 사망하는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그럼 양 웬리 씨도 유명해질 일도 없이 소원대로 일찍 전역해서 원하던 역사학도의 길을 걸어갔을 지도요.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8/01/25 20:41
전 심정적으로 제국파(...)라, 키르히아이스를 안죽이고 라인하르트 패밀리가 우주정복하는 망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저 시나리오대로라면 전자쪽은 라인하르트가 너무 답지않게 죽어버릴테고, 후자쪽은 동맹측 함대 피해가 너무 커져서 함대전 전개가 나오기 힘들겠군요. 제국의 내전으로 인한 함대전은 나오겠지만...

무희님 // 아니 그러면 아예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성립이 안될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아이솔 at 2008/01/25 22:46
스페랑카 스타일은 어떨까요. 대조영 방영 말기에 그런 거 있었는데...



...농담입니다. ;ㅁ;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8/01/25 22:50
엘레시엘 // 키르히아이스 살리는것은 오벨슈타인만 라인하르트 패밀리에서 빼버려도 가능할것같습니다.
Commented by 궁극사악 at 2008/01/26 02:09
음, 라인하르트가 죽은 다음의 제국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후자가 재밌을 듯 합니다.

야심을 감추지 못하는 로이엔탈, 그리고 친구를 말리려 애를 쓰며 중도를 지키려는 미터마이어, 로이엔탈을 견제하면서 나름대로 권력을 손에 쥐려는 오벨슈타인. 제국은 인재가 많은 만큼, 그 인재들을 수하로 부릴 수 있는 천재가 죽었을 때 혼란상이 심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동맹도, 막장타버린 동맹정부가 이제 라인하르트도 없겠다, 양을 제거하려 할테고... 양의 죽기 싫어하는 앙탈과 동맹 정부의 대립으로 더더욱 막장이 되어가는 동맹정부. 버밀리온에서 한손에 쥔 동맹의 총 전력을 쉽게 내놓지 않으려하는 양의 측근들과, 그 전력을 몰고 쿠데타를 하기에는 양심이 허락치 않는 양.

결국 은하막장전설 =ㅁ=
Commented by 크렌스 at 2008/01/26 22:52
궁극사악님의 이야기가 왠지 끌린다는..충분히 다뤄볼만한 이야기네요..

그나저나..

양웬리는 이래저래 죽을수밖에 없는 운명인듯..


천재이지만.. 무른 천재는 결국 어떤형태로든 도태가 되어버리는거 같더군요

머 그런말이 있죠

착한놈은 일찍 죽는다고..
(그래서 그림자 역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거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8/01/27 12:43
무희// 그런데 사실 그렇게 죽었다면 그 병 이름이 황제병이 되지도 않았을 겁니...(어이)

엘레시엘님//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후의 전개를 보면 동맹은 '편제되고 조직된 함대'가
없었을 뿐 함선 자체가 아예 남아있지 않았던 건 아닌 듯하니 시간이 지나면 재편은 가능했고,
제국의 내전에 끼어드는 형태로 함대전을 벌이는 것 역시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아이솔님// 스페랑카 스타일이라면 기회만 있으면 다 죽는겁니까.(응?)

사바욘의_단_울휀스님// 사실 작가도 키르히아이스는 원래 5권쯤에서 죽어야 했다고 한 적이 있죠.

궁극사악님// 일단 트류니히트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변수일 듯 합니다.

크아상// 아니, 살리려면 못 살릴 것도 없기는 합니다만서도...(먼산)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8/01/31 13:36
전 그냥 키르히아이스 만세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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