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 발브레이브 잡담. -어디까지 막나가나 볼까-

선라이즈의 나름 야심작이라고들 하던 혁명기 발브레이브.

캐릭터나 메카의 조형, 움직임 같은 볼거리 요소는 확실히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만, 역시 그 괴이쩍은 시나리오 전개에는 이래저래 말이 많은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1화에서의 주인공 탑승 과정은 그냥 클리셰의 일종으로 넘어간다 칠 수 있었고, 2화나 3화도 그냥저냥 봤습니다만, 4화에서는 그냥 어이가 나가버리더군요. 그야말로 '뭐?'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전개라 작화가 아깝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냥 정신줄 놓고 보는 중. 아무래도 진지하게 보면 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하 잡담.

1. 특히나 그 중 일품은 '일단' 히로인인 쇼코. 말을 안 믿어준다고 냅다 벗는 것도 어이없지만, 여기서 이어진 느닷없는 건국 선언은 더더욱 황당할 따름. 거기에다 5화에서의 잇단 기행은 참 뭐라 해야 할지. 여기에 역시나 느닷없이 나왔던 '총리대신 따님' 설정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그래도 3화까지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는데 말이죠.

2. 그나저나 모듈77을 다이슨 스피어 구조체에서 분리해 버렸는데, 저거 괜찮으려나 모르겠군요. 인공태양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문제고, 다이슨 스피어 전체 구조에 악영향이 갈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3. 발브레이브인지 뭔지 얻어맞기도 꽤 많이 맞았고 이래저래 험하게 다루기도 했는데, 정비소요나 보급소요가 전혀 없는 걸까요. 정말 저대로 괜찮은 것인지. 아직까지 잔탄제 무기는 쓰지 않았던 듯하니 자가수복에 더해 반영구적 동력원이라도 달고 있다고 하면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3. 사실 기본 국가설정 자체에서 좀 께름한 부분이 보이는데, 주인공들이 소속된 지오르는 (아마도 당연히)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호주, 동남아 등을 포괄하고 있는 엔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공동체. 소위 대동아공영권의 확장판을 미화시켜 묘사하는 느낌이라 뒷맛이 좋지는 않군요.

4. 덧붙여 생각해 보면 1화 초반에 나오는 '제3 은하제국'이라는 것의 시발점이 이야기의 시작 시점인 진력 71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지금 이 학생들이 만든 자칭 '국가'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지 싶은데, 하필이면 나라 이름은 '제국' 이라는 것도 미묘.

5. 여기서 망상 좀 해보자면, 일본 쪽은 소위 '만세일계'의 신화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그런지 창작물에서도 은근히 오래오래 지속된 단일혈통의 신성한 왕조 같은 걸 별 근거 없이 아주 좋은 것인 마냥 내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저 '제3 은하제국'이란 것도 그런 '신성한 숭배 대상으로서의 황통'를 구심점으로 삼아 어찌어찌 만든 것이고, 그런 걸 만드는 과정이 제목에도 나오는 소위 '혁명'이란 것이 아니겠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 '신성한 황통'이라는 건 만세일계를 자칭하는 현 일본 왕가가 모델이 될 것 같고 말이죠.

6. 4와 5를 결합해서 다시 한 번 망상해 보자면, 기왕에 총리대신 딸도 느닷없이 튀어나온 마당에 학교에서 숨겨진 황실 혈통 한 명이 난데없이 툭 튀어나오는 일도 있을 법 하겠다 싶습니다. 이 경우 제 1 후보는 아마도 루키노 양이겠죠. 일본 왕가를 모델로 한 왕실의 순혈 혈통 정도로 묘사가 돼야 하니 일단 금발계나 기타 등등은 전부 아웃일 테고, 야마토 나데시코풍 검은머리 아가씨를 끌어다 붙일 가능성이 높을 텐데 남아있는 검은머리 캐릭터들 중에선 제일 비중도 크고, 적당히 비밀도 있어 보이고, 주인공과도 적당히 접점이 있고 하니 말이죠.

물론 정말 저리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나리오 전개가 개연성이고 뭐고 그야말로 막나가고 있으니 사실 뭐가 나와도 그리 놀랍지는 않을 듯합니다. 글 제목 그대로 '어디까지 막나가나 볼까' 싶은 느낌으로 보고 있는 참이죠.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5/15 23:16 | 코믹/애니잡담 | 트랙백 | 덧글(8)

이 영화 제목 아시는 분.

배경은 태평양전쟁 시기.

주인공 겸 화자는 미군호주군의 소부대 지휘관을 맡고 있는 초급장교인데, 표착인지 그냥 간 건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찌어찌 해서 태평양에 있는 남국의 어느 섬에 도착합니다.

거기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섬의 왕(규모로 따지면 부족장 정도)이 미국인이었습니다. 사정을 듣자 하니 이 사람은 원래 필리핀에 주둔해 있던 미군 병사였는데, 맥아더가 필리핀 버리고 내빼버린 상황에서 고생고생 싸워나가다가 결국 함락 즈음에 몸을 빼쳐 이 섬에 표착했다고 합니다.(대사로 맥아더를 상당히 디스합니다.)

처음에는 백안시당해서 죽을 위기까지 몰렸지만, (말 그대로 눈 덕택에) 선대 왕의 딸과 눈이 맞아 어찌어찌해서 살아남았고 결국 선대 왕이 죽은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이야기. 다만 어느 정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한 모습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간 처음에는 주인공과 서로 경계하면서도 일단 같은 미국인이라고 적하고 싸우며 협력하다 보니 이 사람이 중재도 해 주고 어느 정도 편의도 봐 주고 했는데, 주인공의 휘하 대원 중 몇이 다소 조심성 없게 이래저래 사고를 치다가 갈등이 커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과 연락이 닿은 상급제대가 이 섬에 도착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식으로 부족민을 몰아내고 섬을 점령하려 했던가 한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예의 왕은 섬의 '왕'으로서 점령에 맞서려 하지만, 상급제대 지휘관은 주인공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왕은 무슨 왕, 이쪽에서 보면 고작 탈영한 졸병 한 놈일 뿐' 이라는 식으로 무시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요.

그리고 이래저래 해서 상당한 피해를 낸 끝에 갈등은 어찌어찌 수습되고 섬은 지켜졌지만, '왕'은 그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고 죽게 됩니다. 일개 탈영병 신분으로 체포되어 끌려가다가 주인공의 독단으로 놓여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결국 그를 진정한 왕으로 인정하고 미군과 함께 섬을 떠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영화였는데, 제목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군요. 아시는 분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순전히 오래 전 기억에 의거한 글이므로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5/06 01:03 | 영화잡담 | 트랙백 | 덧글(6)

에바 Q 이야기 조금 더.

에바 Q 잡담.

그냥 당일날 인상비평만 줄줄이 늘어놓은 것 같아서 이야기 관련 잡담 하나 더.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다시피, 서와 파에서 한껏 고조시켜놓은 분위기를 급전직하시킨 것이 본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Q는 역설적으로 그 밑바닥에서 서나 파 이상으로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신극장판은 기존 TV판과 구극장판의 변주이고, 서와 파가 TV판을 변주한 것이라면 이번 Q는 EOE의 변주라고 해야겠지요. 임팩트의 차수가 좀 다르고 세력간 구도가 또 좀 다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도상으로는 그러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빠져 드러눕고 엎어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것으로 끝난 엔딩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Q의 마지막에서 한 번은 돌아섰던 아스카가 다시 돌쳐가서 신지를 끄집어내는 장면, 그 장면에서 그 시절 구극장판을 보신 많은 분들은 나름의 특별한 감회를 느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이게 4부작이라고 미리 못박아두지 않았다면 이 Q의 맺음만으로도 충분히 이전과는 다른 맺음으로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OE를 기억하는 입장으로서는 여기서 3부작으로 그냥 끝냈어도 그냥 아 그렇구나 3부작이구나 하고 납득했을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2015년에 나올 예정이라는 4부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에바 신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존 이야기의 변주와 그 끝을, EOE의 마침표를 넘어서, 그 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거니까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섣불리 확신을 못 하겠지만, 일단 기다릴 가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십여년의 세월을 쌓은 결과 안노가 어떤 답을 얻고 어느 방향으로 더 딛어나간 것인지, 그걸 최종적으로 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여하간 한껏 뒤집어놓고도 예전보다는 훨씬 희망적인 라스트 신을 넣어줬으니, 결말에서 잘 풀리기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안노가 결혼 이후 여러 모로 둥글둥글하게 변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적어도 여기까지만 봐서는 말입니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그러고 보면 이번 '급'이 급전직하 전개를 보여준 건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이번 작품은 기승전결의 단계에서 보자면 '전', 뭔가 뒤집어지는 걸 보여줘야 하는 타이밍이죠. 이야기 전체를 놓고 보자면 Q에서 서, 파와 같은 '잘나가는' 전개를 보여주고 결말로 끌고나갔을 경우 그거야말로 안이하고 밋밋한 전개라고 한마디 해야 할 일이겠지요.

P.S 2 : 앞 글에서도 넌즈시 이야기했지만, 신극장판의 신지는 Q에서도 충분히 봐줄 만 합니다. 롤백이니 퇴보니 뭐니 해도 저간의 사정과 그 이후의 대응을 생각해 보자면 적어도 TV판과 구극장판의 그 녀석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나아진 녀석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보기에 따라서는 그저 좀더 보기 덜 불편해진 녀석이 되었을 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기는 하겠습니다마는.

by windxellos | 2013/04/27 23:23 | 코믹/애니잡담 | 트랙백 | 덧글(2)

에바 Q 잡담.

어떻게 운대가 잘 맞아서 오늘 전야제를 보고 왔습니다.

'서'에서 7할쯤 진심으로 '안노가 결혼하더니 많이 둥글어진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가정을 가지면 변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고, '파'에서는 몇 가지 께름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서'에서의 이미지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열혈 신지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번 'Q'를 보니 딱 드는 생각은

그냥 이거였습니다. 정말 '急'스런 느낌.


아무튼 간만에 감상을 적어보긴 하겠는데, 어차피 제가 딱히 에바 많이 들이판 것도 아니고 애당초 덕력 성분 자체가 부족한 터라 그냥 그자리에서 보고 느낀 단상 위주로 두서없이 적어보게 되겠군요.

이후로는 대량의 스포일러가 나오니 미리 주의를 드립니다.

일단 처음 드는 생각은 '신지 참 불쌍하다' 였습니다. 정말 비참하게 구르더군요. 물론 신지가 시궁창스런 상황에 빠지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신극장판 이전의 신지가 주변 상황에 치이고 밀려가다가 결과적으로 시궁창에 빠지는 전개였다면, 이번 신극장판의 신지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고 능동적으로 선택지를 골라서 한 일이 결국 세계 규모로 시궁창스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경우가 좀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파'에서 많이들 열광했던 그 열혈 신지, 그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니어 서드 임팩트였죠. 신지의 성장의 결과처럼 보였던 일이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던 셈이니 말 다한 셈입니다. 물론 신지는 신지 나름대로 억울할 수밖에 없겠죠. 작중에서 본인 입으로도 그렇게 말하고요. 까놓고 말해, 신지라고 그게 그렇게 될 줄 알고 그렇게 한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그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또 그게 그렇지가 않지요. 초반에 분더의 크루들은 대부분 신지를 상당히 적대적으로 대하는데,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한들 다들 그 사건으로 주변이 파괴되고 개인적으로도 고생했을 테니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오히려 그 건으로 오빠가 죽었을지도 모를 사쿠라가 신지를 나름 잘 대해 주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지요. 마리 같은 에바 파일럿이야 내막을 다 아니까 그렇다 쳐도 말이죠.

그리고 주변의 냉대와 진실을 안 뒤의 절망으로 나락에서 뒹굴던 신지가 카오루의 격려로 마음을 다잡고 겨우 힘을 내서 전력으로 해낸 일의 결과는 포스 임팩트의 위기. 이쯤 되면 정말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이번 화에서 신지는 정말 끝없이 구르기만 하는군요. 깨어나 보니 상황은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차갑게 대하는데다, 나중에 알게 된 진실은 참혹할 따름. 덧붙여 하는 일마다 결과적으로는 삽질.

거기다가 그나마 신경써 준다는 카오루도 제가 보기에는 어딘가 좀 께름한 느낌이었으니 말이죠. (딱히 신지에게 해가 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목적을 위해 설명은 생략한 채 다소 성급하게 신지를 행동으로 몰아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13호에 같이 탔을 때 신지가 '카오루는 뭐든 다 알고 있구나' 라고 말하는 게 순전한 감탄으로 들리지만은 않았던 건 저뿐일까요. 마지막에 신지는 카오루의 제지를 뿌리치고 창을 뽑아버리는데, 카오루가 타기 전에 조금만 더 찬찬히 제대로 사전설명을 해 줬다면 그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다음은 미사토. 위의 분더 크루들 이야기에서 이어지지만, 미사토 역시 신지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냉랭합니다. 더군다나 파의 마지막 부분에서 신지를 충동질(...)까지 했던 것까지 비교돼서 이래저래 좋지 않은 말을 듣는다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본 바로는 글쎄요, 그리 비난받아야 할 처지 같지는 않습니다.

'Q'에서 신지가 미사토와 처음 대면하는 장소는 분더의 함교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니어 서드 임팩트 건으로 신지는 이미 반쯤 '인류의 적' 쯤 되는 위치에 있죠. 그리고 그렇게 신지를 증오하는 브릿지 크루들의 눈이 전부 몰려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미사토가 예전처럼 신지에게 살갑게 대했다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미사토가 그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말투를 좀 차갑게 한 느낌은 있었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신지를 직접적으로 책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때 한 말은 나중 상황에 비추어 보면 다 '맞는 말' 이었죠. 그 자리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대하는 편이 지휘관으로서는 나은 태도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갑게 대했다기보다는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상황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신지는 네르프 쪽으로 가버리게 됩니다만 이것도 미사토에게만 책임지우기는 뭣한 것이, 시간상 뭘 제대로 설명을 해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첫 대면시에는 인공사도가 쳐들어와서 막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중에 좀 찬찬히 설명을 할 수 있겠구나 하던 시점에 곧바로 복제 레이가 쳐들어와서 신지를 들고가 버리죠. 신지의 행동은 신지 입장에서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지만, 뷜레 쪽에서도 제대로 설명을 해줄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신지가 레이를 따라가던 두 번째 대면 신에서 미사토의 태도는 오히려 안쓰럽게 보일 지경인데, 아시다시피 '파'에서 신지의 폭주로 촉발된 건 니어 서드 임팩트라는 대참사. 이건 신지의 멘탈붕괴를 우려해서 카오루도 본인이 알려고 할 때까지는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은 진실이었습니다.

두 번째 대면 신에서 미사토는 신지에게 네르프로 가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 아마 본인도 '파'에서 폭주하는 신지를 격려까지 해줬던 입장에서 무엇을 뭣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사라지는 신지를 보면서도 결국 기폭 스위치를 누르지 못하는 장면에서 대사 없는 미사토의 심정은 대략 묘사가 됐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미사토가 기폭스위치를 눌러서 카오루를 죽였다'라는 모 님의 설은 성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미사토의 생각이 어쨌건간에 미사토가 카오루를 폭살시키는 상황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 복선이라긴 뭐하지만 신지가 네르프로 가는 부분에서 에반게리온 9호기가 뛰쳐나간지 겨우 몇 초 되지도 않아서 미사토가 쥔 기폭장치의 상태창에 떠오른 글씨는 'OUT OF RANGE'로 바뀌어 버리거든요. 그 정도 신호도달거리로는 멀리 떨어진 분더에서 스위치를 누른들 센트럴 도그마 맨 아래까지 파고들어간 에반게리온 13호기에까지 기폭신호가 닿을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렇다면 대체 왜 카오루가 죽었느냐가 문제인데, 처음에는 그냥 카오루의 자폭인가 했습니다만 집에 오면서 다시 장면 흐름을 떠올려보니 가프의 문이 열린 시점에서 초커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죠. 초반에 나온 리츠코의 대사로 미루어 보면, 해석하기 나름이긴 합니다만 아마 굳이 기폭스위치를 수동으로 넣지 않아도 임팩트나 그에 준하는 상태가 오면 알아서 초커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스위치로 즉시 폭살이 가능했던 것처럼 묘사됐으니 이게 지효성은 아닐 듯하고, 아마 카오루가 신지에게 유언(?)을 남기는 동안 활성화 상태에서 어떻게든 작동을 막고 있다가 할 말 다하고 자연스럽게 작동 막던 걸 풀어서 폭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카오루가 맘대로 풀었다 끼웠다 할 수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컨트롤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만 하나 묘한 건, 그걸 풀어낸 시점에서 내다버리든지 하면 됐을 걸 왜 굳이 목에 끼워서 죽었느냐 하는 점일 텐데, 그 시점의 카오루는 겐도의 노림수를 몰랐을 테니 다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카오루가 그렇게 죽었기에 포스 임팩트를 막을 수 있었던 거기도 하고요.

아스카의 경우, 스토리상 비중이 크진 않지만 활약이 확 늘었는데다, 마지막에서는 그야말로 히로인 쟁탈전 최종 승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신지에게 계속 (14년이나 지났는데)'여전히 애' 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분이 좀 거슬렸는데, 신지는 사실 애 맞거든요.

아스카야 그 일 이후로도 14년간 이런저런 일을 겪고 정신연령은 28세가 되었지만, 신지의 시간은 '파'의 시점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러니까 몇 년이 흘렀든 그냥 14세짜리 애죠. 그런데도 그 동안 성장하지 않고 뭐했냐는 식으로 매도하면 참 뭐라 해야 할지. 다만 그 대사를 반복시키는 걸 통해 신지가 '애'라는 걸 각인시키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사실 아스카도 그리 28세답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외모 탓도 있겠습니다마는.

마리는 계속 서포트로만 돌면서 개그나 츳코미를 주로 담당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만, 막판에 신지의 엔트리 플러그를 뽑아냄으로써 '제레의 보험'을 날려버리고 포스 임팩트를 막는 데 카오루와 함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합니다. '파'에서 임팩트있던 등장에 비해 정작 본편 활약이 적었던 걸 생각해 보면 나름 장족의 발전. 그나저나 이전의 아야나미를 꽤나 잘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파'에서 둘이 그렇게 자주 접할 기회가 있기는 했던가 싶은 느낌도 드는군요.

어쨌거나 결론은 '신지 참 불쌍하다' 입니다. 고생고생하다 깨났는데 사람들은 다 차갑게 대하지, 뭐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지, 잘 했다고 생각했던 일은 전 지구급 민폐였지, 그나마 아야나미는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지, 마지막으로 좀 잘 해보려던 일은 역시나 또 전 지구급 민폐가 될 뻔 했지, 친구라고 마음붙인 녀석은 눈앞에서 폭사해 피와 살점 덩어리가 돼버렸지, 그야말로 끝도 없습니다.

이건 뭐 막판에 그렇게 반 폐인이 돼서 엔트리 플러그에 쭈그려 앉은 모습을 봐도 나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질 않더군요. 그쯤 되면 누구라도 그렇게 되지 싶습니다. 그런 일을 연달아 당하고도 멀쩡하게 헤헤 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쪽이 오히려 이상한 거겠죠. 그러니까 아스카, 그렇게 신지 너무 몰아대지 말란 말이다.(...)

뭐 이런 것들과는 별개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움직임에는 여러 모로 감탄스런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초반 지구 궤도에서의 전투는 참 대단하더군요. 그나저나 전투 들어가기 전에 이래저래 로켓 장비 조작하고 하는 시퀀스를 보고 있자니 왠지 뭐랄까 기분이 묘해졌던 게, '오네아미스에서의 한을 여기서 푸는 거냐'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던 제가 좀 과민한 걸까요. 으음.

아, 그나저나 신지 참 불쌍하네요. 다음 극장판에서는 제발 좀 사정이 나아지길 바랄 따름입니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그러고 보면 얼핏 선악이 혼잡스레 뒤섞여 있는 것 같은 이 작품에도 딱 하나 일관되어 보이는 듯한 법칙이 있는데, 그건 바로 '뭐가 됐든 겐도의 말대로 하면 무조건 막판은 폭망하는 전개로 간다' 입니다. 이번 'Q'에서도 예외없더군요. 과연 최종보스라고 해야 할까요.

by windxellos | 2013/04/25 01:21 | 코믹/애니잡담 | 트랙백(2) | 덧글(22)

무제.

2박 3일로 끝날 것인가, 3박 4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결정나는 건 다음 달이나 되어야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이것 자체가 의미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좋은 쪽으로 풀리도록 기대는 해 둬도 좋으려나.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4/23 00:47 | 기타잡담 및 잡상, 독백 | 트랙백 | 덧글(0)

MH가 GTM이 된 걸 MS에 비유하자면.

근래 FSS 개변, 특히 등장 메카닉들의 바뀐 디자인을 보고 있자니 왠지 연상되는 게 있군요.

나름 양감이 있던 놈들이 전부 얄쌍하게 바람 불면 건들거릴 듯한 디자인으로 바뀐 게

마치 건담으로 치자면 MS가 '모빌 슈트' 에서 '머시닝 스킨' 으로 바뀐 듯한 느낌.

작중 인물이나 설정도 기본 뼈대는 같되 어딘가 모나게 어레인지되었다는 점도 은근히 비슷.

......라고는 하지만 몇 분이나 기억해 주시려나요. '머시닝 스킨'.(...)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볼이 제일 인상적이었죠. 볼답지 않게 멋진 디자인이었던지라.

by windxellos | 2013/04/19 02:13 | 코믹/애니잡담 | 트랙백 | 덧글(10)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감기라기보다는 기침인데, 이게 3월 말 즈음부터 계속 켈록거렸건만 도무지 떨어지질 않네요.

처음에는 목이 그냥 계속 간질거리면서 작은 기침을 연달아 하고, 계속 기침을 해도 목은 여전히 간지러워서 계속 기침을 하고, 뭐 그런 식이었는데, 그러다가 기침이 무거워져서 목이 아파지는 지경이 됐죠.

그래서 병원엘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먹었습니다만, 어느 정도 호전은 되었으면서도 도무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딱히 목이 아프지는 않지만 계속 기침이 나니까 좀 귀찮을 지경이군요.

이젠 슬슬 떨어질 때도 된 듯한데 말입니다.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4/18 00:31 | 기타잡담 및 잡상, 독백 | 트랙백 | 덧글(2)

월오탱 잡담. -입월탱-

주말의 북미섭 5배 이벤트 중에 있었던 일.

원래 북미섭은 한글 쳐봤자 외국인들한테는 그냥 박스로만 보여서 한글 채팅은 소대채팅 같은 거 아니면 다들 잘 안하는 편. 그런데 그날 시합에서 누군가 갑자기 한글 타자를 치더군요.

문제는 그게 시작부터 매도와 욕질이었다는 거. 죽고 나서 아티들이 무능했네 어쩌네 미니맵도 안 보네 뭐네 하더니 여기저기 찍어대면서 짜증을 부리더군요.

물론 아군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욕질하던 분이 있다가 털린 서쪽의 공백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어찌어찌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고요. 그분이야 '씨X X나 못하네' 운운하면서 계속 욕질이었지만 아군은 여전히 열심히 싸웠고, 결국 밀리다가 역전해서 이겼습니다.

그리고 전과평가 때, 대체 얼마나 잘했길래 열심히 싸우는 아군한테 그렇게 당당히 욕질을 해댔나 싶어서 봤더니 이게 웬걸. 대미지 0이더군요. 10티어 딱 한대 있던 10탑방에서 9티어 미듐 몰면서 포는 달랑 3발 쐈고, 그나마 대미지는 0. 덧붙여 잠재 대미지 보니 뭐 제대로 튕기지도 못하고 그냥 순삭당했던 듯.

본인만 해도 저분이 서쪽에서 순삭당한 덕에 아티 끌고 도망다니다 근접 직사까지 해가면서 두놈 쳐잡았건만 저런 욕을 들었는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

왠지 어이가 없어져서 전체 전적은 어떤가 하고 확인해 봤더니, 그냥 뭐...... 좀 심하게 말하면 그냥 풋내기더군요. 전투수도 얼마 안 되고, 전적도 까놓고 말해 평균 이하. 2단으로 어이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뭐랄까, 이런 걸 가리켜 소위 입월탱이라 하는 걸까요. 게임중에 남 욕 잘하는 사람 중에 정작 전차 잘 모는 사람 드물다더니, 그 실례를 눈앞에서 확인한 듯한 기분입니다.(후룩)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4/16 01:21 | 게임잡담 | 트랙백 | 덧글(10)

과연 기록의 LG.

누군가가 LG를 가리켜 기록의 LG라 하더니 역시 그러하다.

지난주에는 NC를 위해 기록을 만들어 주더니

이번주에는 한화를 위해 기록을 만들어 주는구나.

......그나마 이번 주에는 LG입장에선 잘 이긴 셈이니 다행이긴 한데.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4/15 00:54 | 기타잡담 및 잡상, 독백 | 트랙백 | 덧글(2)

이글루스도 열렸겠다.

한마디만 하고 들어가야겠다.


나가노 이 XXXX!!!!!



뭐,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이야기.(...)



-절대평범지극정상인-

by windxellos | 2013/04/11 02:38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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