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반환과 관련하여 말이 많은 듯하다.
요는 '데이터만 넘기면 된다' 와 'e-지원까지 반납해라' 의 대립.
뉴스를 들어보니 다 내놓으라는 국가기록원의 주장근거는 이게 없으면 내놓은 데이터를 제대로
읽을 수도 없고, 다 내놓은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말대로라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 번 글에서도 반 농담삼아 이야기했지만, 과연 왜 이 자료들을 결국 반납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반납한 자료가 최종적으로 결국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일단 어떤 형태로든 원본 외의 기록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본 반납을 주장하는 측의 명분이었고,
현재까지 현 정부 측의 이런저런 말바꾸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와서 확실해진 건 여하튼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자료가-최초의 의혹제기와는 다르게-어디까지나 '사본' 이라는 점이다. 대통령기록물의 원본은 이미 전부
국가기록원에서 수령하여 보관중이라고 확인되어 있다.
그렇다면, 즉 이 자료가 사본임이 확인되었다면, 사본의 반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측의 말에 따를 경우 결국
이 자료는 결과적으로 모두 파기하여야 옳을 것이다. 유일한 자유열람권자가 될 수 있는 전 대통령을 제외한다면
현행법상 정당한 자유열람권자는 없고,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확실하게 보존되어 있는 이상 열람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본이 그 존재를 유지하고 있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즉 지금의 자료반납은 어디까지나 궁극적으로는 '파기를 위한 자료반납' 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지금 각종 뉴스나 발언 등에서 계속 반납 후의 파기 이야기는 없고 반납 이야기만 오가고 있다는 것이 묘하게
불안하기는 하지만, 분명 명분상 이 자료들은 일단 반납된 이상 반드시 모두 파기되어야 하는 자료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국가기록원이 외압에 밀린다는 의혹이 있는 시점에서 데이터와 이것을 읽을 수 있는 툴까지
넘겨준다면 이것의 일부, 혹은 전부가 위법적으로라도 기록을 훔쳐보려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현 정부
관계자들에게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혹은 전 대통령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품어봄직한 의문일 터.
심증 뿐이고 정확한 근거가 없어 단언하기는 힘드나, 현재 전 대통령 측에서 데이터만 반환한 상태로 끝내려는
것도 혹여 그러한 의심이 작용하고 있는 탓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실, 애당초 준다고 하던 것도 필요없다고
안 받았으면서 지금 와서 정치공세 끝에 내놓으라고 하면 누구라도 곱게 보여주기는 싫을 것이기도 하고.
거기다 기본적으로 이걸 현 정부측에서 국회 동의 없이 보는 건 위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의 자료반납은 어디까지나 '파기를 위한 것' 이니만큼, 굳이 내놓네 못 내놓네 할 것이 아니라,
e-지원 깔려 있는 봉하마을에서 직접 국가기록원 측 인사들이 입회한 가운데, 자료를 확실히 검수하고
그 자리에서 모조리 파기해 버리는 것이다.
반납이 어디까지나 파기를 위한 것인 이상, 이렇게 처리하면 누가
보더라도 명분상으로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어차피 국가기록원이 모든 자료의 확실한 파기를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자료를 가지고 와야만 한다고
우긴다면 그 쪽에 흑심이 있는 것이겠고, 반대로 악용소지가 없도록 현지에서 직접 입회하에 파기하겠다고 해도
끝까지 그 데이터를 열어보는 것조차 못하게 한다면 사본을 돌려 주겠다고 한 말에 진정성이 없는 것이겠고.
아마도 그렇지 않으려나.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나중에 본 이야기인데, 사실 돌려준 하드에 이미 e-지원이 깔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국가기록원에서
하드는 열어보지도 않고 하드 다 뜯어간 본체 시스템을 내놓으라 성화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글쎄... 참 뭐라 해야 할지. 아무튼 그게 알고 하는 것이건 모르고 하는 것이건 칭찬받을 일은 아닐 터이다.(후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