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한 지는 꽤 됐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에야 간단히 감상을 쓰게 되는군요.
일단 G16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짧게 말하자면
'G1-G3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해 나온 물건'
혹은
'G1-G3을 완전히 과거의 어둠 속으로 처박아버리기 위해 나온 물건'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도 있고 하니 이 아래는 개폐 스위치를 달아두겠습니다.
개폐 스위치
말하자면, 기존 초기 제너레이션들에 대한 일종의 떨이처리식 완결 같은 느낌이랄까요.
일단 타르라크나 루에리 등이 완전히 퇴장했고 키홀도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존재가 되어버린 마당에, 이번 시나리오에서 거의 마지막 떡밥이라고 할 수 있을 다크로드(루 라바다)와 트리아나까지 처리했고, 모리안도 은거라는 형식으로 보내버렸습니다.
그 당시의 캐릭터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것으로 일단락이 지어졌고, 이젠 모두 퇴장처리를 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입장이 되어버렸죠.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일단락이 지어졌으니까요. 앞으로 G1-G3시기의 이야기와 남은 캐릭터들은 '내보내려고 마음먹는다면 언제든지 핑계를 만들어 내보낼 수는 있지만 굳이 안 내보내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상태가 된 셈입니다.
예를 들어 모리안만 해도 '정말 큰일이 아니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가버렸으니 앞으로 시나리오 쓰는 입장에서는 그냥 편하게 없는 캐릭터 취급해도 됩니다. 내보내고 싶어지게 되면 '정말 큰일'로 처리하면 되는 거고요.
소위 '나크 시절', 다시말해 G1-G3은 실제야 어쨌든지간에 마비노기의 '황금기'로 많은 분들이 추억하고 있는 시기였고, 새로 나오는 제너레이션들은 늘 그 시절의 제너레이션들과 비교당하곤 했지요. 그 중에는 그 시절 이야기들과의 연관성이나 모순점과 같은 문제에 관련된 것도 늘 있었고 말입니다.
잠시 소설을 써 보자면, 이런 과거와의 비교가 아마 새로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팀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지 않나 싶습니다. 어느 제너레이션이든, '그 시절'을 들어서 내놓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억지로라도 대략 완결시키고 연결선을 잘라버린 이상, 다음 시나리오에 걸리는 부담은 줄어들고 시나리오 라이터의 자유도는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다크로드도 사라졌고, 초기 세계관의 중심축에 선 모리안까지 은퇴해버린 상황이니 말이죠.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말하자면야, 주관적인 감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래저래 좀 씁쓸한 느낌이 들지만 말이죠.
특히 뭔가 있을 듯이 나와서는 광대처럼 죽어버린 루 라바다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오지도 못하고 버려진 트리아나에게는 그야말로 동정심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분명 G3의 마지막에서 다크로드와 함께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으로 떠나갔건만, 중간에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언급도 없이 덜렁 무덤만 남기고 사망처리되었으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번 G16이 G1-G3의 이야기에 대한 떨이처리식 완결이 아니었나 하고 의심스럽게 만드는 부분도 사실 (어이없이 망가지며 죽어버린 루와 더불어) 저 '무참하게 버려진 트리아나'라는 요소가 한몫하고 있습니다. 엔딩 동영상에 넣으면서까지 내놓은 복선을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탁 잘라내 버린 모양새니 말이죠.(물론, 워낙에 변덕이 심한 제작진들이니 나중에 어떤 변덕을 통해 '사실은 살아있었네'하고 나올 가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시나리오 외적인 부분은 이쯤 해두고 시나리오 내부로 들어가자면, 이쪽도 이래저래 씁쓸한 감상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사실 팔론이나 루 라바다는 본래 정의롭고 선량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타락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이 이후에 펼쳐진 현실에 절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타라나 탈틴의 고까운 엔피씨들을 보다 보면 왕국의 귀족사회란 것이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은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팔론이나 루가 택한 방법이 좋았다는 건 아닙니다만, 메인스트림의 결말들이 결국 그들을 악의 근원으로 규정하여 모든 오명을 지우고 애당초 그들이 분노한 원인이었던 타락하고 모순된 사회는 그대로 잘 돌아가게 되는 모양새이다 보니 이래저래 클리어를 해놓고도 입맛은 그리 좋지 않군요. 더군다나 그런 세상이나마 전력을 다해 수호해준 밀레시안(주인공)을 대하는 몇몇 인간들의 태도까지 보고 있다 보면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모르긴 해도 밀레시안이 설정상 불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초반 제너레이션 즈음에 귀족들이나 높으신 분들의 사정으로 마우러스 꼴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지기도 하는군요.
그나저나 이번 시나리오로 루의 신화는 완전히 붕괴된 셈인데, 탈틴에 가 보면 날개달린 루의 석상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거 설정상 모순 아닌가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하긴 모리안 관련 이야기가 이리저리 가지를 치면서 이젠 울라 던전에 모리안 석상이 여전히 서있어야 할 당위성조차 불분명해졌지만 그래도 석상은 여전히 서있는 상황이니 그쯤이야 뭐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왕궁 벽에도 팔론의 초상화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팔론의 진실은 어둠속에 묻어버린 건지도 모릅니다만.)
시나리오 중에 주인공이 완전히 반역자가 된 상황에서도 왕궁에 가보면 초병들이 여전히 만나서 감격이라고 운다든가, 주인공을 반역자로 몰았던 고관들이 주인공 축출 직후에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엔피씨 업무를 계속하는데다 대화도 멀쩡하게 된다는 것도 개그라면 개그. 적어도 G3시절엔 아이던(혹은 에반)이 시나리오 진행에 맞추어 업무를 안 보는 정도의 정성은 보였는데 말이죠.
아무튼, 지난번 G15도 그랬지만 이번 시나리오도 왠지 캐릭터를 남성으로 놓았을 때 더 감정이입하기 쉽게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의장에서 차별을 당하니 시나리오에서라도 봐준다는 걸까요. 좋다고 봐야 할지 아니라고 봐야 할지는 역시 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엔피씨 이야기 조금.
일단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죽어버린 에후르 마퀼 2세에 대해서는 애도를. 3D조형으로는 시체로밖에 못 나왔군요. 다만 나중에 엔딩을 보니 왕궁 벽에 초상화는 걸려있었습니다. 그게 마퀼 2세의 초상화인지는 시나리오 클리어하고 처음 알았지만요. 그 중 한 초상화에는 에레원 외에 다른 자녀들도 보이던데, 앞으로 나올 예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격인 에레원은 여러 모로 노리고 만든 캐릭터라는 느낌.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개성은 확실했지만 영 구제불능이라는 이미지였던 이전 시나리오의 바싸니오보다는 평이 훨씬 낫게 돌고 있는 듯 싶습니다.
새 엔피씨 중 오언 동생 오란은 아무리 봐도 영화판 반지전쟁의 아라곤. 모르긴 해도 모티브는 확실히 그쪽에 두고 있지 않을까요. 격투를 사용한다는 점이 좀 깨긴 했습니다.
나오는 이번 시나리오에서 무력한 중간관리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군요. 역시 G1-G3 캐릭터라는 점에서 트리아나와 함께 쌍으로 불쌍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이미지가 변한 엔피씨들이 좀 있군요. 오언 제독은 원래부터 좀 다른 속셈이 있어보인다는 인상이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여러 가지로 뿜었습니다. 어장관리남이라고 해야 할지 바람둥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무서운 남자. 그러고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들 죽은척하고 있어도 어지간하면 제독님이 알아서 다 해주시죠. 빛의 기사와 페카 몬스터의 연합군도 혼자 짓밟으시는 제독님의 위엄.(...) 또 하나 신선하게 캐릭터가 붕괴된 캐릭터라면 코렌틴. 나름 모범생 이미지였는데 말이죠. 명색이 성직자가 성전의 고해실에서 대체 뭘 한 거냐.(...)
타라의 엔피씨들은 전체적으로 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부분 너무 약삭빠르거나 거만해 보여서 말이죠.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더더욱 호감도를 낮춰 주시는군요. 특히, 시나리오 진행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G9시절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페이단 씨는 이번 시나리오에서도 은근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 하나. 아본의 네 번째 수문장은 결국 안 나오는 걸까요.
대충 쓰느라 중언부언이지만 대략 이 정도면 짤막한 감상은 되겠군요.
그리고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료플이나마 한동안 계속 하기는 하고 있겠죠.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그나저나 흑룡 이벤트, 주변에는 좋은 것 받으셨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영 그렇군요. 한방 롱소드만 3-4연속으로 나온다든가 하고 있습니다. 레이저 검이라도 하나 나와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후룩)